파킨슨 유전력이 있을까? LRRK2, GBA 유전자 변이의 영향

파킨슨병은 흔히 노화로 인한 퇴행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기저에는 복잡한 유전적 요인이 얽혀 있습니다. 최근 의학계에서는 파킨슨병 발병의 핵심 열쇠로 두 가지 유전자인 LRRK2와 GBA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전체 파킨슨병 환자의 약 10~15%는 명확한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이 두 유전자는 가장 빈번하게 발견되는 위험 인자입니다. 오늘은 LRRK2와 GBA 유전자 변이가 뇌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이들이 파킨슨병의 경과를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 심층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1. LRRK2 유전자 변이: 도파민 신경세포의 과부하

LRRK2(Leucine-Rich Repeat Kinase 2)는 '다다린(Dardarin)'이라는 단백질을 만드는 설계도 역할을 합니다. 다다린은 세포 내에서 신호 전달과 단백질 운송을 담당하는 키나아제(인산화 효소)의 일종입니다. 문제는 이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효소 활동이 비정상적으로 강력해진다는 점입니다. 이를 '기능 획득(Gain-of-function)' 변이라고 부릅니다.

효소가 과하게 활성화되면 뇌세포 내의 쓰레기 처리 시스템인 리소좀 기능이 망가지고 알파-시누클레인이라는 독성 단백질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결과적으로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면서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LRRK2 변이는 특히 가족성 파킨슨병의 가장 흔한 원인이며 증상 자체는 일반적인 파킨슨병과 매우 유사하지만 진행 속도가 상대적으로 완만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2. GBA 유전자 변이: 세포 내 쓰레기 처리장의 붕괴

GBA(Glucocerebrosidase) 유전자는 세포 내에서 지질(기름기)을 분해하는 효소를 만듭니다. 본래 이 유전자의 결함은 '고셔병'이라는 희귀 질환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 연구를 통해 파킨슨병의 가장 강력한 위험 요인임이 밝혀졌습니다. GBA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지질 분해 효소의 능력이 떨어지는 '기능 상실(Loss-of-function)' 현상이 발생합니다.

세포 안에 분해되지 못한 지질 찌꺼기가 쌓이면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의 응집이 가속화됩니다. 이는 마치 쓰레기 하차장이 꽉 막혀 온 동네에 오물이 쌓이는 것과 같습니다. GBA 변이가 있는 환자들은 변이가 없는 환자들에 비해 발병 연령이 평균 5년 정도 빠르며 인지 기능 저하나 환각 같은 비운동 증상이 더 일찍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 각별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3. LRRK2 vs GBA 유전자 변이 비교 분석

두 유전자는 파킨슨병을 유발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발병 기전과 임상적 예후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아래 표를 통해 두 유전자의 특징을 한눈에 비교해 보겠습니다.

특징 LRRK2 변이 (PARK8) GBA 변이 (GBA1)
작용 기전 키나아제 효소의 '과활성화' 지질 분해 효소의 '기능 저하'
발병 연령 주로 50~60대 (늦은 편) 주로 40~50대 (이른 편)
질환 진행 비교적 완만함 비교적 빠르고 공격적임
주요 증상 운동 증상(떨림, 경직) 중심 인지 저하, 자율신경계 이상 동반
전환율(침투율) 나이가 들수록 증가 (80세 약 25~30%) 캐리어의 약 10~15%가 파킨슨병 발병

4. 유전자 변이가 치료 전략에 주는 의미

과거에는 유전자 변이 여부가 치료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정밀 의료'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LRRK2 변이 환자들에게는 과도하게 활성화된 효소를 억제하는 'LRRK2 저해제'가 임상 시험 중이며 GBA 변이 환자들에게는 부족한 효소 기능을 보완해 주는 '효소 대체 요법'이나 지질 대사를 개선하는 약물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연구에 따르면 LRRK2와 GBA 변이를 동시에 보유한 경우 단독 변이일 때보다 발병 시점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시너지 효과가 관찰되었습니다. 이는 파킨슨병이 단순한 한 가지 원인이 아니라 여러 유전적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을 시사하며 조기 유전자 검사의 중요성을 뒷받침합니다.

5. 결론: 유전은 운명이 아니라 기회입니다

파킨슨병 관련 유전자 변이가 있다고 해서 100%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유전적 취약성을 미리 안다는 것은 오히려 운동, 식단 관리, 정기 검진을 통해 뇌의 퇴행을 늦출 수 있는 '예방적 골든타임'을 확보한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유전자 타겟 치료제들은 머지않아 유전자 맞춤형 파킨슨병 치료 시대를 열어줄 것입니다.


참고 자료 및 출처

1.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LRRK2 도파민 전달 조절 연구 발표 (Journal of Neuroscience)

2. Frontiers in Neurology, "Genetic variations in GBA1 and LRRK2 genes: Biochemical and clinical consequences" (2022)

3. Michael J. Fox Foundation for Parkinson's Research, "Convergence of LRRK2 and GBA1 Pathogenesis" (2024)

4. 헬스케어N 메디컬 리포트 - 'LRRK2 효소 억제 치료의 최신 지견' (2025.07)

5. Oxford Academic Human Molecular Genetics, "Interplay between GBA1 and LRRK2 mutations in PD" (2025.05)

본 포스팅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적인 건강 상담은 전문 의료기관을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유전적 요인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가요? 혹은 가족력으로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전문가와 논의해 보시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균형 잡힌 식단, 꾸준한 운동, 충분한 수면은 기본입니다. 정기적인 검진과 약물 복용 관리가 필요하며, 가족과 의료진의 협력, 심리적 지지가 병의 진행을 늦추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치매나 알츠하이머와는 또 다른 증상의 노인 질병인 파킨슨병은 이미 오래전부터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아직 완전한 치료법은 없지만, 병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다양한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으로 진행을 늦출 수 있습니다. 지식과 실천이 결국 가장 강력한 예방법이 됩니다.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파킨슨 초기 증상 손 떨림(진전)의 특징

파킨슨병 vs 파킨슨 증후군: 결정적인 차이점

MRI 검사로 파킨슨병을 진단할 수 없는 이유